23년 다닌 회사가 퇴직금 포기하라며 내민 서류 Podcast By  cover art

23년 다닌 회사가 퇴직금 포기하라며 내민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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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23년 다닌 회사가 퇴직금 포기하라며 내민 서류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2가단87456 (각색) 법원수원지방법원 관련 법률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민법 제110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카테고리직장·노동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2022년 3월 15일 오후 4시, 경기도 화성시 소재 중견 전자부품 제조업체 테크윈산업 본관 3층. 영업2팀장 박성민(52)은 인사팀장 최 부장의 호출을 받고 회의실로 향했다. 23년간 한 우물을 판 회사였다. 대리 시절 따낸 일본 거래처가 지금까지 회사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차장 승진은 늦었지만, 팀장까지 올랐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최 부장이 문을 닫았다. 자물쇠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최 부장은 A4 용지 한 장을 밀어냈다. ‘희망퇴직 신청서’라는 제목이 보였다. ‘회사가 어려워서 구조조정을 한다. 자발적 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의 1.5배를 준다. 거부하면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에 들어가고, 그러면 법정 퇴직금만 받는다.’ 최 부장의 설명은 간결했다. 박성민은 손이 떨렸다. 큰딸은 대학 3학년, 작은딸은 올해 입시를 앞두고 있었다. 아내는 3년 전 갑상선암 수술 후 재발 방지 치료 중이었다. ‘정리해고 명단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요?’ 그가 물었다. ‘글쎄요. 노조와 협의해야 하니 시간이 걸리죠. 몇 달은 불안하게 출근하셔야 할 겁니다. 주변 시선도 안 좋고요.’ 최 부장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오늘 퇴근 전까지 결정해주세요.’ 그날 저녁 7시, 박성민은 신청서에 서명했다. 2022년 5월 31일자 퇴직. 퇴직금 2억 700만원. 법정 퇴직금 1억 3,800만원의 1.5배였다. 6월 3일, 그는 23년간 앉았던 책상을 정리했다. 동료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인사팀에서 퇴직금 명세서를 건넸다. 금액은 1억 3,800만원. 법정 퇴직금뿐이었다. ‘왜 1.5배가 아니죠?’ 박성민이 물었다. ‘추가 지급 조건이 있었는데 충족 못 하셨어요.’ 인사팀 직원은 서류 한 장을 보여줬다. 희망퇴직 신청서 뒷면에 작은 글씨로 쓰인 단서 조항이었다. ‘회사가 정한 업무 인수인계 기준을 완벽히 이행하고, 퇴사 후 6개월간 동종 업계 취업을 하지 않을 것.’ 박성민은 그 뒷면을 본 기억이 없었다. 그는 즉시 노무사를 찾았다. 노무사는 고개를 저었다. ‘회의실 문을 잠갔다는 게 사실입니까?’ 박성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날, 다른 직원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불려갔습니다. 5명이 서명했어요.’ 노무사는 메모를 했다. ‘강요된 의사표시는 무효입니다. 그리고 정리해고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한데, 이 회사는 그걸 갖췄는지 의심스럽네요.’ 2022년 7월 18일, 박성민은 수원지방법원에 ‘부당해고 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희망퇴직은 강요된 것이며, 실질은 부당해고라는 주장이었다. 회사는 즉각 반박했다. ‘자발적 신청이었고,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으로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첫 번째 변론기일. 원고 측 변호인이 증거를 제출했다. 회사의 2021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2022년 1분기도 흑자였다.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주장과 맞지 않았다. 게다가 희망퇴직으로 5명이 나간 자리에, 3개월 뒤 신입사원 4명을 채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회사 측 변호인은 ‘사업 재편 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했다. 박성민은 증인석에 섰다. ‘최 부장이 회의실 문을 잠그고, 오늘 안에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거부하면 정리해고 명단에 오른다고 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회사 측 변호인이 반대 신문을 했다. ‘문을 잠근 게 강요의 증거입니까? 조용히 이야기하려던 배려 아닙니까?’ 박성민은 대답했다. ‘배려라면 왜 2시간 동안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까?’ 재판부는 회사 측에 당시 경영상황을 입증하는 자료를 추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회사는 매출 감소 예측 보고서를 냈지만, 실제 발생한 손실은 아니었다. 판사는 날카롭게 물었다. ‘예측만으로 정리해고를 정당화할 수 있습니까?’ 법정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박성민은 두 손을 꼭 쥐었다. 23년의 무게가 그 손에 실려 있었다. 오늘 퇴근 전까지 결정해주세요. 거부하면 정리해고 명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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