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간 ‘계약직’이었던 여자의 마지막 반격 Podcast By  cover art

15년 간 ‘계약직’이었던 여자의 마지막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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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15년 간 ‘계약직’이었던 여자의 마지막 반격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3부해523 (각색) 법원중앙노동위원회 관련 법률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카테고리직장·노동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김현주(47)는 2008년 3월 2일, 서울 강남구의 중견 IT기업 ‘테크노밸리’에 입사했다.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1년, 업무성과에 따라 재계약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두 아이를 키우던 그녀에게 연봉 3,200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1년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2년이 되고, 5년이 되고,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매년 2월이면 어김없이 인사팀에서 재계약서가 날아왔다. 김현주는 도장을 찍었다. 계약서 내용은 매번 똑같았다. 급여는 조금씩 올랐지만, ‘1년 계약’이라는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같은 사무실, 같은 자리에서 고객관리 업무를 했다. 2023년 1월 27일 금요일 오후 5시 32분, 인사팀 과장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현주님, 죄송하지만 올해 계약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어요. 2월 28일자로 계약 종료입니다.’ 김현주는 손이 떨렸다. 아무런 사전 통보도, 이유 설명도 없었다. 그녀는 즉시 전화를 걸었지만 과장은 ‘위에서 내려온 결정’이라고만 했다. 김현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15년간 그녀는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었다. 연차도 거의 쓰지 않았다.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늘 상위권이었다. 같은 부서의 정규직 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했다. 심지어 신입 정규직 직원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차이가 있다면 단 하나, 계약서에 ‘계약직’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뿐이었다. 2월 15일, 김현주는 노동법 무료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 변호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15년이면 충분합니다. 실질적으로 정규직이었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김현주는 그날 저녁, 생애 처음으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15년치 재계약서를 꺼내 쌓아놓았다. A4 용지로 30장이 넘었다. 3월 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문장. 회사 측 변호사는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며 말했다. ‘매년 본인이 자발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계약직이라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어요.’ 김현주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 자발적? 매년 2월이면 ‘계약 안 하면 나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찍은 도장이 자발적이란 말인가. 회사 측은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2022년 12월, 김현주가 고객 응대 중 실수로 잘못된 정보를 안내한 사례였다. ‘업무상 과실이 있었고, 이것이 계약 종료의 사유입니다.’ 김현주는 그 사건을 기억했다. 고객에게 즉시 사과했고, 상사도 ‘실수는 누구나 한다’며 넘어갔던 일이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 갑자기 그것이 해고 사유가 됐다. 노동위원회 조사관이 회사 인사기록을 요청했다.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김현주와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정규직 직원 3명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구두 주의만 받았을 뿐 징계 기록조차 없었다. 조사관은 회사 측 변호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김현주씨만 달랐습니까?’ 4월 18일, 첫 번째 심문이 끝난 후 복도에서 김현주는 15년간 함께 일했던 동료를 마주쳤다. 동료는 고개를 숙인 채 지나쳤다. 김현주는 그 순간 깨달았다. 싸움은 이미 시작됐고, 그녀는 이제 회사의 ‘문제 직원’이 됐다는 것을.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15년이라는 시간이, 그리고 똑같은 처지의 수많은 계약직 동료들이 그녀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근로자가 한 사업장에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로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단,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해고로 판단된다. — 기간제법 제4조 제2항 및 근로기준법 제23조 사건 핵심 15년간 매년 재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지만, 법은 그녀를 정규직으로 봤다 기간제법은 2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도록 규정한다. 형식상 계약직이라도 실질이 정규직이면 해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불가능하다. 회사는 15년간 이 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02법정 공방THE ARGUMENT 원고 원 15년간 저는 매일 9시에 출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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