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가 찍은 0.3초, 과실 30%의 운명 Podcast By  cover art

블랙박스가 찍은 0.3초, 과실 30%의 운명

블랙박스가 찍은 0.3초, 과실 30%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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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블랙박스가 찍은 0.3초, 과실 30%의 운명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3가단87452 (각색) 법원수원지방법원 관련 법률민법 제750조(불법행위), 도로교통법 제5조(신호 및 지시에 따를 의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카테고리손해배상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2023년 4월 15일 오후 7시 32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 교차로. 김민수(42세)는 좌회전 신호가 켜지자 핸들을 천천히 돌렸다. 주말 저녁 퇴근길이었고, 조수석엔 아내와 일곱 살 딸이 타고 있었다. 그는 평소처럼 맞은편 차량을 확인했지만,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왼쪽에서 ‘쾅’ 소리와 함께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에어백이 터지고 딸의 비명이 들렸다. 민수는 본능적으로 가족을 확인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목과 허리에 통증을 호소했다. 충돌한 차량에서 내린 박준호(29세)는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제가 직진 신호였어요! 블랙박스 확인해보세요!’ 응급실에서 검사 결과 민수의 아내는 경추 염좌 2주, 딸은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민수 본인도 요추 염좌 3주 판정이 나왔다. 차량 수리비는 1,280만원. 보험회사는 신속하게 접수를 받았지만, 과실 비율을 두고 양측은 팽행선을 달렸다. 민수 측 보험사는 ‘상대방 신호위반, 과실 80:20’을 주장했고, 준호 측은 ‘좌회전 차량 안전확인 의무 위반, 50:50’을 고집했다. 핵심은 블랙박스 영상이었다. 민수의 차량 블랙박스엔 좌회전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뀐 순간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준호의 블랙박스엔 자신이 교차로에 진입할 때 노란불이었다는 장면이 담겼다. 두 영상의 타임스탬프 차이는 불과 0.3초. 경찰은 ‘쌍방 과실’로 종결했지만, 그 비율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민수는 치료비와 위자료, 차량 수리비 등 총 4,870만원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영상을 수십 번 돌려봤다. ‘제가 신호를 지켰는데 왜 제 과실이 있다는 겁니까?’ 변호사는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좌회전 차량은 직진 차량보다 주의의무가 더 크다고 판례가 해석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노란불에 무리하게 진입했다면 과실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준호도 억울했다. 그는 월급 320만원의 회사원으로, 사고 후 보험료가 할증돼 매달 18만원을 더 내고 있었다. ‘저는 그냥 직진한 겁니다. 노란불일 때 멈추면 뒤차가 들이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의 변호사는 교통사고 전문가를 섭외했다. 전문가는 ‘차량 속도와 교차로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면 정지선에서 안전하게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첫 번째 변론기일. 재판부는 두 블랙박스 영상을 법정 화면에 동시에 재생했다. 민수의 영상에선 좌회전 신호가 초록불로 바뀐 후 2초 뒤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준호의 영상에선 신호가 노란불로 바뀌었지만 교차로 진입 시점에선 아직 빨간불이 아니었다. 판사는 교통사고 분석 감정을 명령했다. 감정인은 ‘양 차량의 속도, 거리, 신호 변경 시점’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민수는 물리치료를 계속 받았고, 준호는 합의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알아봤다. 양측 모두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뿐이었다. 민수는 ‘신호를 지킨 내가 왜 고통받아야 하나’며 분노했고, 준호는 ‘급정거하면 더 큰 사고였다’며 답답해했다. 2023년 11월 14일, 마지막 변론이 열렸다. 감정서에는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준호의 차량은 노란불이 켜진 시점에 정지선으로부터 22미터 떨어져 있었고, 당시 속도 시속 58km로 계산하면 정지하기 어려운 거리였다. 하지만 민수의 차량도 좌회전 시작 시점에 맞은편 차량의 접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판사는 두 운전자를 번갈아 보며 질문했다. ‘양측 모두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좌회전 신호에 따라 출발했으나, 마주 오는 차량을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이미 상대 차량은 교차로에 근접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멈출 수 없었고, 상대방도 그랬을 겁니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둘 다 0.5초씩 더 주의했다면 사고는 없었을 겁니다. — 교통사고 분석 감정서 중 사건 핵심 좌회전 신호를 지켰지만 과실 30%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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