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물주가 보증금 승계 거부, 세입자는? Podcast By  cover art

새 건물주가 보증금 승계 거부, 세입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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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새 건물주가 보증금 승계 거부, 세입자는?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2가단87652 (각색) 법원인천지방법원 관련 법률민법 제629조(임차권의 대항력),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카테고리임대차·분쟁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2007년 3월, 박민수(52)씨는 인천 부평구 상가 1층 점포를 보증금 3억원에 임차했다. 삼겹살집 ‘항아리고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15년 동안 단골손님들이 생겼고, 직원 여섯 명의 생계가 이곳에 달려 있었다. 박씨는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전입신고까지 완료해 확정일자를 받았다. 법이 보호하는 세입자의 자격을 모두 갖춘 것이다. 2021년 11월, 건물주 이정호씨가 박씨를 찾아왔다. ‘건물을 팔게 됐습니다. 새 주인한테 보증금 승계 이야기는 다 해놨으니 걱정 마세요.’ 박씨는 안심했다. 15년간 월세 한 번 밀린 적 없는 모범 세입자였고, 법적으로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12월 15일, 건물은 김영진씨에게 14억원에 매각됐다. 등기부등본에 새 소유자 이름이 올라갔다. 2022년 2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다. 박씨는 김영진씨에게 연락했다. ‘계약을 갱신하고 싶습니다.’ 김씨의 답변은 냉랭했다. ‘계약 갱신은 안 됩니다. 나가주세요.’ 박씨는 놀랐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그럼 보증금 3억원 돌려주시죠.’ 김씨의 대답은 더 충격적이었다. ‘무슨 보증금이요? 나는 당신과 계약한 적 없어요.’ 박씨는 황급히 이전 건물주 이정호씨에게 전화했다. 이씨는 난처해했다. ‘제가 김씨한테 세입자 있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근데 제 손을 떠난 건물인데 제가 어떻게 해요?’ 박씨는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건물 매매대금 14억원은 이미 이정호씨 통장으로 들어갔고, 새 건물주는 보증금 책임을 부인하고 있었다. 3억원이 공중에 떠버린 것이다. 3월, 박씨는 변호사를 찾아갔다. 변호사는 등기부등본과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 서류를 검토했다. ‘법적으로는 새 건물주가 보증금을 승계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버티면 소송해야죠.’ 박씨는 고민에 빠졌다. 소송하는 동안 가게는 어떻게 하나? 직원들 월급은? 15년 쌓아온 단골은? 그날 밤, 박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4월 12일, 박씨는 김영진씨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피고는 건물 매수 시 원고의 임차권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증금 반환 의무를 승계했다.’ 동시에 박씨는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새 건물주가 강제집행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김영진씨는 예상 밖의 주장을 했다. ‘저는 건물을 살 때 1층에 세입자가 있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보증금이 3억원이나 된다는 건 몰랐어요. 알았다면 그 금액을 매매대금에서 차감했을 겁니다.’ 김씨의 변호사는 매매계약서를 제시했다. 계약서 어디에도 ‘보증금 승계’ 조항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명시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매수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박씨 측 변호사는 등기부등본을 들어올렸다. ‘원고는 2007년부터 이 건물에 전입신고를 하고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확정일자까지 받았습니다. 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공시된 사실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를 낭독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은 건물 양수인이 당연히 승계한다.’ 법정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재판이 진행되는 5개월 동안, 박씨의 삶은 무너졌다. 15년 일하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단골손님들은 ‘항아리고기’가 문 닫은 줄 알고 다른 가게를 찾았다. 박씨는 3억원 보증금이 없으면 새 가게를 열 수도 없었다. 밤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했다. 법이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9월 22일, 판결 선고일이 다가왔다. 박씨는 법정에 섰다. 15년 장사로 거칠어진 손이 떨렸다. 김영진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판사가 판결문을 펼쳤다. ‘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그 순간, 박씨의 15년 노동과 3억원의 운명이 결정되려 하고 있었다. 법이 보호한다는데, 왜 내 3억은 공중에 떠 있습니까? 15년 성실히 장사했고, 전입신고도 했고, 확정일자도 받았습니다. 제가 뭘 더 해야 했습니까? — 박민수씨 법정 진술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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