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일했는데 ‘내일부터 나오지 마’ Podcast By  cover art

3년 일했는데 ‘내일부터 나오지 마’

3년 일했는데 ‘내일부터 나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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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3년 일했는데 ‘내일부터 나오지 마’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2가단87432 (각색) 법원인천지방법원 관련 법률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근로기준법 제23조 카테고리직장·노동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2019년 3월, 김소희(32)는 인천의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간호조무사로 첫 출근을 했다. 1년 계약직이었지만 면접에서 부서장은 ‘일 잘하면 계속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희는 그 말을 믿었다. 간호학과를 나오지 못해 정규직은 어려워도, 성실하게 일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2020년 2월, 첫 계약 만료 한 달 전이었다. 소희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부서장을 찾아갔다. ‘계약 갱신되는 거죠?’라고 묻자 부서장은 ‘당연하지, 소희씨 없으면 우리 과 어떻게 돌아가’라며 웃었다. 며칠 뒤 인사팀에서 새 계약서가 날아왔다. 2020년 3월부터 1년, 같은 조건이었다. 202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월 중순쯤 되면 인사팀에서 자동으로 계약서가 왔다. 소희는 이제 이 병원의 ‘준정규직’ 같다고 느꼈다. 월급 210만원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3년차가 되면서 업무 숙련도도 높아졌다. 환자들은 ‘소희쌤’을 찾았고, 신입 간호조무사들은 그녀에게 업무를 배웠다. 2022년 1월 17일, 병원에 새로운 간호부장이 부임했다. 그는 부임 첫날 전 직원 회의에서 ‘비정규직 축소’를 언급했다. 소희는 불안했지만 자신은 3년이나 일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월 3일, 부서장이 소희를 따로 불렀다. ‘미안한데, 이번에 계약 갱신이 어려울 것 같아. 위에서 방침이 바뀌었어.’ 소희는 귀를 의심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평가에서 문제 있었나요?’ 부서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소희씨 일은 잘해. 근데 위에서 3년 이상 계약직은 정규직 전환하거나 계약 종료하래. 정규직 전환 인원은 한정돼 있고… 간호사 자격증 있는 사람 우선이라.’ 소희는 그날 병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3년을 일했는데,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단지 간호사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2월 28일이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인사팀에서는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자연 종료’라고 했다. 퇴직금 630만원과 함께 감사패 하나를 받았다. ‘3년간 수고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감사하면 왜 내보내냐고, 소희는 묻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3월 15일, 소희는 노무사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노무사는 계약서들과 근태기록, 업무평가서를 꼼꼼히 살펴본 뒤 말했다. ‘3년간 반복 갱신됐고, 업무가 계속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였다면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부당해고로 다툴 수 있어요.’ 소희는 그제야 이것이 부당하다고, 싸워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4월 8일, 소희는 인천지방법원에 부당해고 무효 확인 및 임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인사팀장은 ‘계약직인데 무슨 해고냐, 계약이 끝난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소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3년간 자신이 쌓아온 시간이, 관계가, 노동이 단지 ‘계약 만료’라는 네 글자로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쟁점은 명확했다. 소희의 근로계약이 정말 ‘기간제’였는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과 같았는지. 그리고 3년간의 반복 갱신이 소희에게 ‘계속 근무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주었는지가 핵심이었다. 법정에서 병원 측 변호인은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제’를 강조했고, 소희 측 변호인은 ‘실질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주장했다. 6개월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판사는 판결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방청석에 앉은 소희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 판결이 자신의 3년을 어떻게 평가할지, 그리고 같은 처지의 수많은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알 수 없었다. ‘일 잘하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3년을 일했습니다. 제가 잘못 일한 적 있나요? 환자들 평가, 동료들 평가 모두 좋았습니다. 그런데 간호사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3년을 함께한 제가 하루아침에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통보를 받아야 하나요? — 원고 김소희 진술서 중 사건 핵심 3년간 매년 갱신된 계약직, 갑자기 ‘다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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