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계약직, 정규직 약속은 어디로 Podcast By  cover art

3년 계약직, 정규직 약속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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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3년 계약직, 정규직 약속은 어디로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3가단87562 (각색) 법원수원지방법원 관련 법률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근로기준법 제2조 카테고리직장·노동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김민수(34)가 2020년 3월 2일 처음 ㈜테크비전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인사팀장 박영호(42)는 환한 미소로 그를 맞았다. ‘우리 회사는 능력 있는 사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이 확실합니다. 1년마다 평가해서 우수 등급 받으면 정규직 기회가 주어지죠.’ 민수는 그 말을 믿었다. 연봉 3,200만원의 1년 계약직이었지만, 정규직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입사 후 민수는 미친 듯이 일했다. 새벽 7시 출근, 밤 10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2020년 연말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대신 2차 계약서에 사인했다. ‘내년에는 되겠지.’ 2021년에도 A등급, 2022년에도 A등급. 그때마다 박 팀장은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요.’ 2023년 2월 15일, 민수의 책상 위에 봉투 하나가 놓였다. ‘계약 종료 통보서’였다. 3년간의 A등급 평가에도 불구하고, 2023년 3월 1일자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내용이었다. 민수는 즉시 인사팀으로 달려갔다. ‘팀장님, 이게 뭡니까? 정규직 전환은요?’ 박 팀장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회사 방침이 바뀌었어요. 미안합니다.’ 민수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과 같은 계약직이 부서에 7명이나 있었고, 지난 5년간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회사는 3년마다 계약직을 갈아치우고 있었다. 인건비를 절감하면서도 숙련된 노동력을 계속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민수는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회사는 ‘계약직이라 해당 없다’고 했다. 2023년 4월 3일, 민수는 노무사를 찾아갔다. 노무사 이정훈(48)은 민수의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전형적인 기간제법 위반 사례입니다. 구두 약속도 증거가 되고, 3년간 A등급 평가는 강력한 무기죠.’ 민수는 회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정규직 전환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며, 자신은 실질적으로 정규직과 동일한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회사 측 변호사는 강경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기간이 만료된 것뿐입니다. 정규직 전환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희망사항이었습니다.’ 첫 변론 준비기일에서 회사는 180페이지에 달하는 서면을 제출했다. 민수의 업무 평가가 실제로는 ‘보통’ 수준이었다는 내용, 정규직 전환은 회사의 재량이라는 내부 규정 등이 담겨 있었다. 민수는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다. 박 팀장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 동료들의 증언, 회사 인트라넷에 올라왔던 ‘우수 계약직 정규직 전환 제도’ 공지를 캡처한 파일. 특히 2021년 5월 12일 박 팀장이 보낸 메시지가 결정적이었다. ‘민수씨, 이번 평가도 A 받았네요. 다음 계약 때 정규직 검토해볼게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2023년 7월 18일, 법정에서 증인으로 선 박 팀장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민수 측 변호사가 카카오톡 대화를 화면에 띄우자, 그는 말을 더듬었다. ‘그건…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확정적인 약속은 아니었어요.’ 재판부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회사 내부에 정규직 전환 심사 기준이나 절차가 문서화되어 있습니까?’ 민수는 법정 복도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났다. 자신보다 1년 먼저 입사했다가 똑같이 3년 만에 잘린 이전 계약직 정수진(31)이었다. 그녀도 3년 연속 우수 평가를 받았지만 계약 종료됐다고 했다. ‘저는 포기했어요. 소송 비용도 부담스럽고.’ 민수는 생각했다. 자신이 이기지 못하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재판은 6개월간 이어졌다. 회사는 ‘경영상 필요’를 주장했고, 민수는 ‘신의칙 위반’을 주장했다. 쟁점은 명확했다. 회사의 구두 약속이 법적 효력을 가지는가, 그리고 3년간의 반복 계약이 실질적 정규직 관계를 형성하는가. 민수씨, 이번 평가도 A 받았네요. 다음 계약 때 정규직 검토해볼게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 2021년 5월 12일 인사팀장 박영호가 김민수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사건 핵심 3년 연속 A등급 평가를 받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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