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는 있었지만 누구 잘못인가 Podcast By  cover art

블랙박스는 있었지만 누구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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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블랙박스는 있었지만 누구 잘못인가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2가단87423 (각색) 법원수원지방법원 관련 법률민법 제750조, 제763조, 도로교통법 제24조 카테고리손해배상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2022년 3월 15일 오후 6시 2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주택가 골목길. 폭 3.2미터의 좁은 길이었다. 퇴근길 차량들이 서로 비켜가며 조심스럽게 지나가던 그 시간, 김민준(37세)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소나타 차량 블랙박스는 평소처럼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맞은편에서 SUV 한 대가 나타났다. 운전자는 박서연(42세). 그녀 역시 퇴근 후 저녁 식재료를 사러 가던 길이었다. 두 차량 사이 거리는 약 15미터. 누군가 먼저 양보하거나, 한쪽이 후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민준은 잠시 멈춰 섰다. 박서연도 정차했다. 5초, 10초, 어색한 정지 상태가 이어졌다. 김민준이 먼저 움직였다. 오른쪽 담벼락 쪽으로 최대한 붙으며 천천히 전진했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비켜가면 상대방도 지나갈 수 있겠지.’ 박서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 왼쪽으로 핸들을 꺾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두 차량이 서로를 스치려는 바로 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이 왔다. 김민준의 오른쪽 사이드미러와 박서연의 왼쪽 앞범퍼가 부딪친 것이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김민준의 사이드미러는 완전히 부서져 있었고, 박서연의 범퍼에는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제가 먼저 서 있었어요. 왜 그대로 오신 거예요?’ 박서연이 말했다. ‘저도 멈춰 있다가 벽 쪽으로 최대한 붙어서 간 겁니다. 그쪽이 중앙선을 넘어오셨잖아요.’ 김민준이 반박했다. 둘 다 양보했다고 생각했고, 둘 다 상대방 잘못이라고 확신했다. 보험사 조사가 시작됐다. 양측 블랙박스 영상이 제출됐다. 영상에는 두 차량이 서로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보험사는 50대 50 과실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민준은 납득할 수 없었다. ‘저는 벽에 거의 붙어서 갔어요. 상대방이 중앙을 넘어왔으니 최소 7대 3은 되어야죠.’ 수리비는 김민준 쪽이 280만 원, 박서연 쪽이 95만 원이었다. 과실비율 차이가 곧 실제 부담금의 차이였다. 박서연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먼저 그 자리에 있었어요. 상대방이 무리하게 진입한 거예요. 6대 4가 맞습니다.’ 보험사 협의는 결렬됐다. 김민준은 2022년 6월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210만 원. 자신의 과실을 30%로 보고, 상대방 70% 과실에 따른 배상을 요구한 것이었다. 박서연은 맞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의 과실 40%, 상대방 60%를 주장하며 57만 원을 청구했다. 법정에서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됐다. 판사는 영상을 세 번 반복해서 봤다. 두 차량의 속도, 정지 시점, 진행 경로가 세밀하게 분석됐다. 김민준 측 변호인은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좁은 도로에서는 먼저 진입한 차량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습니다.’ 박서연 측은 반박했다. ‘원고 차량이 더 넓은 공간이 있는 쪽에서 진입했고, 피고는 이미 해당 지점에 정차해 있었습니다.’ 쟁점은 명확했다. 누가 먼저 그 지점에 도달했는가. 누가 더 안전하게 양보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좁은 길에서의 주의의무를 누가 더 위반했는가. 감정인이 선정됐다. 도로 폭, 차량 크기, 영상 속 타임스탬프가 정밀 분석됐다. 결과는 의외였다. 박서연 차량이 0.8초 먼저 해당 지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김민준 차량이 벽면으로부터 32센티미터 거리를 유지한 반면, 박서연 차량은 중앙선을 약 18센티미터 넘어섰다. 2022년 11월 1일, 판결이 선고됐다. 법정은 숨을 죽였다. 과실비율 분쟁에서 10%의 차이는 수십만 원의 차이를 의미했다. 양측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판사를 바라봤다. 판사는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는 일방의 잘못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양 당사자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비율이 언급됐다.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경우, 먼저 도달한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양보할 수 있는 위치와 능력입니다. 도로교통법 제24조는 모든 운전자에게 상황에 맞는 안전운전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 판결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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