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마다 나타난 남자, 6개월의 공포 Podcast By  cover art

퇴근길마다 나타난 남자, 6개월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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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퇴근길마다 나타난 남자, 6개월의 공포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3가단87562 (각색) 법원서울남부지방법원 관련 법률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민법 제750조, 제751조 카테고리형사·피해자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2022년 9월 14일 오후 10시 23분, 김민지(29)는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랐다. 퇴근 시간이 늦어진 날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그녀가 선 칸의 정확히 맞은편에 섰다. 눈이 마주쳤고, 남자는 웃었다. 민지는 시선을 피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같은 시간 같은 칸에 그 남자가 있었다. 이정훈(35)이라는 이름의 그는 민지와 같은 역에서 내렸고,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1주일째 되던 날, 민지는 자신의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뒤를 돌아봤다. 50미터 뒤에 정훈이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우연일까? 민지의 손이 떨렸다. 10월 2일, 민지는 관할 경찰서를 찾았다. ‘매일 같은 남자가 저를 따라와요. 무서워요.’ 경찰은 신고서를 받으며 물었다. ‘폭행이나 협박을 당했나요? 직접적인 위협 발언이 있었나요?’ 민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계속 따라와요.’ 경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요.’ 그날부터 민지는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74장. 자신의 집 앞 편의점 CCTV에 찍힌 정훈의 모습. 회사 근처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그의 뒷모습. 하지만 정훈은 한 번도 민지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우연’의 영역이었다. 11월 17일, 상황이 악화됐다. 민지의 회사 주차장에 그녀의 차 와이퍼에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오늘 회색 니트 예쁘네요. 항상 응원합니다.’ 서명은 없었지만, 민지는 알았다. 그날 아침 그녀가 입은 옷을 누가 봤는지. CCTV를 확인했지만 주차장 사각지대였다. 민지는 다시 경찰서로 달려갔다. 이번엔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정식 고소장을 제출했다. 12월 3일, 경찰은 정훈을 소환했다. 조사실에서 정훈은 태연했다. ‘우연입니다. 저도 같은 방향으로 출퇴근하는데 제가 어떡합니까? 그 분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범죄는 아니잖아요.’ 쪽지에 대해서는 ‘제가 썼다는 증거가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민지는 멈추지 않았다. 2023년 1월, 그녀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3,000만원. 정신과 치료비, 택시비, 그리고 무엇보다 6개월간 잃어버린 일상에 대한 배상이었다. 민지는 매일 밤 수면제 없이는 잘 수 없었고,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갔으며, 차를 팔고 카셰어링을 이용했다. 모든 동선을 바꿔야 했다. 법정에서 민지의 변호인은 74장의 사진을 시간순으로 배열한 대형 패널을 제출했다. 2022년 9월 14일부터 12월 3일까지, 정확히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칸 위치, 하차 후 이동 경로. 통계학 전문가는 ‘이것이 우연일 확률은 0.0003% 미만’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지의 정신과 주치의는 ‘중증 불안장애 및 PTSD 진단’을 확인했다. 정훈 측 변호인은 ‘표현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주장했다. ‘내 마음을 가질 자유, 같은 지하철을 탈 자유, 같은 길을 걸을 자유가 있다. 원고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냉정했다. 쪽지 필적 감정 결과가 나왔고, 정훈의 휴대폰에서 민지의 출근 시간을 메모한 기록이 발견됐다. ‘9:15 출발’, ’10:23 귀가’. 4개월치 기록이었다. 2023년 7월 18일, 판결이 선고됐다. 방청석에 앉은 민지는 손을 꼭 쥐고 있었다. 판사가 입을 열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2,200만원을 지급하라.’ 민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승리의 눈물이라기보다, 마침내 자신의 공포가 인정받았다는 안도의 눈물이었다. 피고는 4개월간 74회에 걸쳐 원고의 출퇴근 시간, 이동 경로, 복장까지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접근했다. 이는 단순한 호감의 표현이 아니라, 원고의 일상을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의도적 행위다. 스토킹은 칼이나 주먹이 아니라 시선과 발걸음으로 이뤄지는 폭력이다. — 판결문 중 재판부 판단 사건 핵심 6개월간 74회, 그는 단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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